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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회 | 북한 축구 리그에 135개 팀이 있다?
   뒤에다 날짜 : (2011-12-22 00:44:24) 추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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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죽었다. 그러면서 온통 텔레비전에는 북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나도 뭔가 김정일의 죽음과 북한의 동향에 대해 글을 쓰고 싶지만 내가 북한에 대해 안다고 얼마나 알겠는가. 그래서 오늘은 북한 축구의 현주소에 대한 칼럼을 쓰려 한다. 훗날 평화 통일이 돼 한반도 전체가 하나의 축구 리그로 통합되는 그 날을 꿈꾸며 오늘 칼럼을 시작한다. K리그 보러 평양 원정 떠나는 게 언젠가는 이뤄지지 않겠나.


지난 3월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송한 최상급축구련맹전 만경봉 팀과 리명수 팀 간의 경기 모습. 관중은 별로 없어도 중계는 우리보다 더 잘 해주는 모양이다. (사진=연합뉴스)

135개 팀이 펼치는 치열한 리그

북한 축구 리그는 1,2,3부로 나눠져 있다. 1부리그인 ‘최상급축구련맹전’에는 15개 팀이 속해있고 2부리그에 40개 팀, 3부리그에는 80개 팀이 있다. 무려 135개 팀이 프로 리그를 구성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다. 매년 상위 리그 최하위 한 팀과 하위 리그 우승 팀이 승강제를 실시한다. 아직 우리도 정착하지 못한 승강제가 북한에는 있다는 점이 놀랍다. 3부리그 밑으로 청년리그와 각 공장팀이 따로 대회를 열고 있어 피라미드 시스템으로 리그가 잘 구성돼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1부리그에 무려 8개 팀이 평양을 연고로 하고 있다는 점은 북한의 현실이 어떤지 반영해 주기도 한다.

사실 정규 프로리그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경기 운영 방식이다. 2월이 되면 백두산상 축구대회가 열리는데 우리의 리그컵 방식과 동일하다. 이 대회가 끝나면 3월부터는 만경대상 축구대회가 이어진다.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에 우승팀을 가릴 수 있도록 대진표를 짜 두 달 간의 짧은 리그를 펼친다. 6월에는 보천보 횃불상 축구대회가 열리고 10월이 되면 우리의 FA컵과 비슷한 방식으로 공화국 선수권 대회가 열린다. 북한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이 대회에는 1부리그와 2부리그 팀이 모두 참가한다. 이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태국에서 열리는 킹스컵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북한에 130개가 넘는 리그팀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군대 팀이라는 점이 북한 축구의 특징이다. 군사 대국을 꿈꾸는 북한은 어느 지역에나 군부대가 있고 이 부대마다 축구단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북한 최고 클럽인 4.25체육단은 인민무력부 소속으로 전원 장교급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25 체육단은 조선인민혁명군 창립일인 4월 25일을 기념해 만든 축구단이다. 또한 압록강 체육단은 인민보안성 소속으로 국가의 관리를 받는다. 이들 뿐 아니라 대부분 축구팀이 군대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로 치면 상무와 경찰청 같은 팀으로 리그가 꾸려지는 셈이다.

군대 팀 만큼 국가가 운영하는 다른 팀들도 많다. 어린 시절 공 좀 찼던 이들은 집단농장에 들어가 일하면서도 축구에 대한 소질을 인정받으면 축구선수로 뛸 수 있다. 기관차 체육단은 우리나라의 코레일과 비슷한 형태의 축구단이다. 이렇듯 군대 팀을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팀들 역시 국가의 관리를 받는다는 것이 북한 축구의 특징이다. 월미도 팀은 문화예술부 소속이고 자동차 팀은 육해운부에 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북한 축구 리그는 대부분 잔디 구장이 아닌 인조잔디에서 치러질 정도로 인프라 면에서는 열악하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을 도입한지 못해 한 장소에서 경기를 치르며 매년 다른 대회 명칭이 붙을 정도로 안정적이지 못하다.


4.25 체육단의 엠블럼. 이 얼마나 깔끔하고 강렬한가. 촌스럽다고 놀리지 말자. 북한에서는 가장 블링블링한 엠블럼이다.

평양 더비를 아시나요?

북한에도 당연히 라이벌전이 있다. 특히 4.25 체육단과 압록강 체육단은 최고의 기량을 뽐내는 명문 팀으로 맞붙을 때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평양을 대표하는 인민무력부 팀 4.25 체육단과 신의주를 연고로 하는 사회보안성 소속 압록강 체육단은 지역과 소속의 자존심을 걸고 숱한 명승부를 연출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8강 신화의 주역 박두익이 한 때 감독을 맡은 팀으로도 유명한 4.25 체육단은 현재 2010 남아공월드컵 브라질전에서 골을 기록한 지윤남이 주축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같은 평양을 연고로 하는 4.25 체육단과 평양시체육선수단의 경기 역시 평양 더비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도 무척 독특하다. 1부리그 대부분 구단은 성인 주전 팀을 1조로 하고, 그 밑에 U-23, U-20, U-17 팀을 보유하고 있다. 이 선수들은 U-14 유소년 팀인 ‘양성조’에서 길러진 선수들이다. 전문적인 축구선수 육성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4년제인 소학교에서 체육활동, 북한 말로 소조를 통해 능력을 인정받은 학생들은 양성조에 들어가 축구를 시작할 수 있다. 현재 북한 ‘전문화체육소조’는 고등중·인민학교에 약 1만여 개가 조직돼 있고 40만 명 이상이 등록돼 있다. 이들은 이때부터 전문 선수로서의 자질을 평가받고 육성된다. 웬만한 1부리그 팀은 여자축구팀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돋보인다. 하나의 축구팀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엘리트 체육 단체나 다름없다.

4.25 체육단과 압록강 체육단은 축구 팀만 보유한 게 아니다. 4.25 체육단은 북한 내에서도 가장 입단하기 힘든 운동부로 평가받을 정도로 최상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엄청난 경쟁을 하는 팀이다. 이 팀에 입단해 운동을 하는 건 가문의 영광이다. 4.25 체육단은 축구뿐 아니라 탁구와 유도, 역도, 체조 등 다양한 종목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압록강 체육단 역시 북한의 마라톤 영웅 정성옥과 간판 여자 축구 선수 홍명금, 오금희 등을 배출한 스포츠 명문이다. 북한 체제 특성상 축구 한 종목만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국가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국제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종목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역시 유소년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 4.25 체육단이나 압록강 체육단 등 국가에서 관리하는 군 팀에 입단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 같은 팀을 ‘1급 체육단’이라고 칭한다. ‘2급 체육단’은 각 도를 대표하는 도 체육단으로 도내 각급 기업소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이들은 각 공장에서 운동과 노동을 겸하는 ‘3급 체육단’으로 간다. 대부분의 북한 축구 3부리그 팀들이 바로 이 3급 체육단 팀들이다. 하지만 이 팀들은 수시로 해산되고 수시로 조직돼 안정적이지 않다. 사람들의 관심도 대부분 1급 체육단에 쏠려 있다.


지난2007년 인천유나이티드는 중국 쿤밍 전지훈련에서 북한 4.25 체육단과 평가전을 치러 0-2로 패했다. 북한 축구 만만치 않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축구의 어두운 단면

하지만 북한은 이런 탄탄한 리그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식 프로리그로 인정받지 못해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어렵다고는 하더라도 그 아래 대회인 AFC프레지던트컵에는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이마저도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다.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국제축구연맹(FIFA)의 선수 이적 규정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 팀이라면 당연히 선수들의 이적료와 연봉 등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만 북한 축구는 그렇지 못하다. FIFA와 AFC는 북한 리그의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국제 무대 참가를 불허하고 있다. 1990년 초반만 하더라도 북한 리그 우승팀이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에 참가했지만 챔피언스리그로 개편되면서 북한 축구는 국제 무대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해외파가 적은 북한은 대표팀도 최대한 국내파 위주로 꾸린다. 어떻게 보면 대표팀 경기력 강화를 위해 리그가 존재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대표팀에 뽑힌 선수는 A매치를 앞두고 장기간 합숙 훈련에 차출되지만 이에 반기를 드는 소속팀은 당연히 없다. 중국 쿤밍에는 북한 대표팀이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숙소와 훈련장도 따로 있다. 2010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1년 동안 지윤남은 4.25 체육단 소속으로 단 8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일 만큼 대표팀 훈련에 집중해야 했다. 다른 대표팀 선수들 역시 소속팀에서의 상황이 다르지 않다. 북한 축구 리그는 국가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아무도 독단적인 지시를 거부할 수가 없다.

북한은 대표선수가 전원 교체되는 황당한 일을 두 번이나 겪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8강에 오르고도 갑산파 숙청이라는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려 선수들이 혁명화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상당수 선수들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고 출신성분까지 문제가 돼 지방으로 쫓겨간 이들도 많았다. 1994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한국에 패하며 탈락한 뒤에는 “국제경기에서 우승할 실력이 되기 전까지는 대회에 나가지 말라”는 김정일의 분노 때문에 대표 선수들이 전원 교체되기도 했다. 당시 선수들은 이후 노동자로 좌천됐고 대부분 선수들은 이때 현역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 했다. 그만큼 북한 축구는 전적으로 독재자와 대표팀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남북대결이 끝난 뒤 구자철이 북한 조동섭 감독을 찾아가 악수를 하고 있다. 남과 북이 축구로 이렇게 손을 잡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사진=연합뉴스)

언젠가는 하나의 리그에서 만나길

김정일의 죽음이 앞으로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독재자의 죽음으로 북한의 자유화가 하루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4.25 체육단은 중국 쿤밍 전지훈련 도중 K리그 인천유나이티드와 치른 두 차례 평가전에서 1승 1무(2-0, 1-1)를 기록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반도가 하나가 되는 날 대한민국 축구는 더 강해질 것이고 프로 리그도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비록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짜임새 있는 리그를 갖춘 북한의 시스템은 앞으로 통일이 되면 K리그와 맞물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FC서울과 평양 4.25 체육단이, 수원블루윙즈와 신의주 압록강 체육단이 펼치는 대한민국 프로축구리그가 하루 빨리 펼쳐졌으면 좋겠다. 북녘이 고향인 할아버지가 소백수 팀의 성남 원정경기를 직접 찾아 감격적인 고향팀과 상봉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한라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제주유나이티드가 개마고원에 가 의미 있는 경기를 치르는 모습이 실제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예부터 ‘남남북녀’라던데 북쪽으로 K리그 취재하러가 아리따운 북한 아가씨와 로맨틱한 사랑도 좀 해봤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남과 북이 축구로 하나 되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최종수정일 : 2011-12-22 00: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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